GL로판 - 기사다운 기사

2편

2. 아일렌은 숨을 천천히 가다듬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그녀가 저지른 짓은 많고도 많았다. 1황자의 기사로써, 그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1황자가 지시하는 것은 무엇이든 따랐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 처리하라는 그 사람은 누구인지. 그런 것은 전혀 묻지 않았다. 그것을 묻는 순간 제 주군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겨질까 봐. 애써 잘못에서...

1편

1. 사람은 누구나,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건 아일렌도 마찬가지였다. 제 앞길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선택은 안 했으리라.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쏟아버린 물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녀는 지금껏 물의 흐름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어디로 자신이 향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지각할뻔 했네요

32. “아일렌!” 한참 그녀가 훈련을 이어가고 있을 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일렌은 고개를 돌렸다. 제이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카린도 있었다. 오늘은 주말이었다. 개인 훈련을 하더라도 중간에 자신을 찾을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자신이 오지 않은 게 영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이번 주에는 안 온다길래,...

이제야 스토리 진행함

31. 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에 시간은 제법 흘렀다. 이제는 완전한 밤이었다. 연회장도 정리가 얼추 끝난 듯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정원을 한번 둘러본 황녀는 문득 생각이 난 듯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생일이 언제지?” “제 생일…. 말입니까?” “그래. 받기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딱히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

30화까지 왔네요

30. “... 경은 웃는 것이 보기 좋군.” 아일렌이 환하게 웃음 짓는 것을 바라보던 엘케니스는 미소를 띤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연하지만, 황녀에게 선물을 바치는 사람 중 웃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당장 선물을 받는 자신도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진심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웃고 있다 해도 속은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계산...

조만간 외전도 올라옵니다

29. 방금, 내 쪽을 본 것 같은데. 황녀와 눈이 마주치자 아일렌은 급히 일그러진 표정을 폈다. 황녀가 왜 자신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탓이어야 했다. 고작 선물 따위로 이래저래 고민하느라 찌푸려진 표정을 어떻게 황녀에게 보여주겠는가. 그녀는 애초부터 성실한 기사였던 척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흘끔 본 엘케니스는 저...

슬럼프 극복 완료

28. “황녀 전하. 나중에….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일렌은 용기를 쥐어짜 말을 꺼냈다. 황녀의 시간은 귀하다. 더군다나 오늘 연회의 주인공이 황녀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거절당할 것도 예상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선물만 따로 전달하든지 해야겠지. “그러지. 지금 당장은 무리니, 나중에 따로 부르겠네.” 그녀...

살짝 슬럼프 옴 큰일...

27. 그날 이후, 아일렌은 매주 주말이면 제이나와 카린과 함께 셋이서 모여 자수를 두곤 했다. 어느 정도 배운 다음에는 제이나와 카린은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잦았지만, 아일렌 만큼은 계속해서 자수를 두었다. 집요할 정도의 노력 덕분일까. 천을 망치기에 십상이던 아일렌도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손수건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황가의 문장을 다 새기고 ...

밀크티가 맛있는 화

26. 아일렌이 아는 제이나는 사교성이 좋은 친구였다.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원만히 지낼 수 있는 사람. 사회생활의 윤활유 같은 사람이 바로 제이나였다. 그런데 제이나가 이렇게 어색하게 행동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렇구나. 아일렌한테 얘기 몇 번 들었어요. 좋은 친구라고.” “아, 그래요? 저도 아일렌한테 얘기 몇 번 들었는데…. 이렇게 예쁜 분...

이 작품은 일공일수를 지향합니다

25.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황자 전하.” “아니에요,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 갈 테니 경도 이만 가보세요.” 2황자의 궁은 황녀 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두 사람이 선물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2황자의 궁에 도착했고, 궁 앞에서 2황자는 이만 가봐도 된다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아일렌은 고개를 꾸벅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고...

개강싫다

24. “선객이 있었군요. 그리 긴장할 거 없습니다. 전 단지 누님을 찾아온 것뿐이니까.” 2황자는 바짝 긴장해 예를 취한 아일렌을 보고 되었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일렌은 얼떨떨한 얼굴로 2황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전에 5년 동안 황실 기사로 일했지만, 2황자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다. 솔직히 얼굴마저도 가물가물했다. 그도 그럴 것이 ...

23. “... 아일렌 경, 지금 그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1황자가 정말 아무 연관이 없냐니. 1황자가 이번 일에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않는 이상 그런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아일렌의 말에 황녀의 표정이 굳었다. 엘케니스 역시 1황자 에스티오가 이번 일과 아무 관련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귀족들이 대개 그렇다지만, 1황...